음악잡담회: 술탄 오브 더 디스코 <Aliens>

음악잡담회

최근 음악 산업에 취업하고 싶어하는 친구와 얘기를 나누다 "뭐라도 해볼래?"라며 가볍게 던진 말에 시작하게 된 <음악잡담회>에서 나눈 얘기에 대해 적어볼까 한다.

음악으로 하는 독서모임이라는 컨셉으로 나를 포함한 세명의 친구들이 각자 돌아가며 한가지 주제와 음악을 고르고 각자 들어온 후 이야기를 나누는 식으로 진행한다.

2차수에 내가 가저온 주제는 "술탄의 매력은 무엇인가?"라는 주제로 술탄 오브 디스코의 2집 <Aliens>를 가져왔다.

술탄의 매력은 무엇인가?

이전에 간간히 유명한 곡들만 들어오던 나는 그저 술탄의 Funk/Disco 장르의 웃긴 음악을 하는 밴드로만 알고 있었다. 밴드 음악으로 같이 얘기를 나눠보고 싶었던 나는 깊은 고민 없이 요즘 다시 뜨고 있는 술탄을 고르게 되었다.

술탄 오브 더 디스코의 매력은 뭘까. 처음 쭉 앨법을 들었을때 떠오른 건 특유의 B급 감성이다. 촌스럽고, 유치하고, 농담은 때로 너무 1차원적이다. 근데 싫진 않다.

이번 앨범을 들으면서 이 상반된 느낌이 어디서 오는지 생각해보게 됐다.

B급 감성

술탄 오브 더 디스코는 2006년 결성된 밴드로 나잠수를 중심으로 김간지, G, 홍기, J.J 핫산으로 구성되어 있다. 특이한 건 멤버들에게 각자의 콘셉트 이름이 있었다는 점이다. '압둘라 나잠', '간지하드', '카림 사르르', '오마르 홍'. 이름에서부터 이 밴드가 어떤걸 추구하는지 대충 느껴진다.

<Aliens>는 2013년 발매된 1집 <The Golden Age> 이후 5년 만에 나온 두 번째 정규 앨범이다. 그리고 앨범을 처음 들으면서 가장 먼저 귀에 들어온 건 가사였다.

꿘이야 꿘이야 꿘이야 통배권

〈통배권〉의 가사다. 웃기다.

앨범을 듣다 보면 이런 식의 유머가 계속 등장한다. 무협영화에서 나올 법한 필살기 '통배권'을 외치고, 〈갤로퍼〉에서는 지금은 단종된 90년대 자동차가 등장한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이게 술탄의 재미있는 부분이다.

음악적으로는 70년대 미국의 Funk와 Disco를 가져오는데, 그 위에 올라가는 정서는 멤버들의 어린시절인 한국의 90년대다. 홍콩 무협영화, 갤로퍼 같은 그 시절의 이미지들이 자연스럽게 섞여 있다.

단단한 그루브

이번에 술탄을 고른 이유 중 하나는 음악의 그루브에 대해 얘기해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술탄이 기반으로 삼고 있는 Funk와 Disco를 몇 곡 가져왔다.

〈Get Up I Feel Like Being a Sex Machine〉 - James Brown

Funk의 가장 큰 매력은 멜로디나 코드 진행보다 리듬이 훨씬 앞에 있다는 점이다. 드럼과 베이스가 반복되는 리듬을 단단하게 잡고 있고, 그 위에 다른 악기들이 노는 느낌이다. 기타마저 리듬 악기처럼 쓰인다.

〈Flash Light〉 - Parliament

Parliament의 P-Funk는 좀 더 <Aliens>와 맞닿아있다. Funk의 그루브 위에 신디사이저가 더해저 좀더 전자적인 사운드를 들려준다.

이번엔 디스코를 가져왔다. 아마 가장 유명한 디스코 곡 중 하나지 않을까 싶다.

〈Stayin' Alive〉 - Bee Gees

Funk에서는 마디의 첫 박을 강하게 잡아주고 그 사이를 드럼과 베이스, 기타가 각자의 리듬으로 쪼개며 그루브를 만든다면, Disco에서는 four-on-the-floor를 기반으로 한 일정한 리듬의 지속성이 좀더 강조된다.

방식은 다르지만 Funk와 Disco의 그루브는 모두 듣는 사람으로 하여금 몸을 가만히 두지 못하게 한다.

술탄도 비슷하다. 이러한 단단한 리듬 섹션 위에 코믹한 노래가 올라가니 그 일차원적인 유머마저 유쾌하게 느껴진다.

1집보다 조금 자유로워진 술탄

2집을 듣고 난 후 1집도 들어봤다. 가장 크게 느껴지는 변화는 컨셉이다.

노래 제목에서부터 뚜렷하게 나타나는 아라비안 컨셉이 1집을 장악하고 있다. 2집에서는 그 컨셉을 조금 내려놓는다.

음악적으로도 Funk/Disco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사라지는 꿈>에서는 조금 잔잔한 모습을 보여주고, <미끄럼틀>에서는 수민 특유의 R&B 사운드가 도드라진다.

그리고 무엇보다 '압둘라 나잠'이 아닌 '나잠수'의 이야기를 한다.

웃기지만 또 마냥 웃기지만 않은

<Aliens>를 자세히 듣다 보면 처음의 유쾌함과는 조금 다른 감정도 보인다. <Playaholic>에서는 일에 지친 직장인의 모습이, 〈사라지는 꿈〉에서는 방황하던 나잠수의 모습이 보인다. 앨범의 마지막 〈깍두기〉에는 경쾌한 디스코 위에서 싸늘하고 배고픈, 소외된 깍두기에 대해 노래한다.

그리고 앨범 제목은 <Aliens>다. 한국 밴드중에 이렇게 Funk/Disco 기반의 음악을 이렇게 본격적으로 하는 밴드가 있었나 생각해보면, 이 제목은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 이방인 같은 나잠수 본인의 모습을 이야기 하는게 아닐까 싶다.

그래서 처음에는 술탄의 일차원적인 유머와 단단한 연주 사이의 간극이 재미있었는데, <Aliens>를 몇번 듣고 나면 그 유머 뒤에 있는 사람도 조금씩 보인다.

이런 모습이 이 앨범 그리고 술탄 오브 디스코의 매력이 아닌가 싶다.